본문 바로가기
북카페 :)

[책 리뷰] 인간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 <나를 보내지마> / 가즈오 이시구로

by 스트롱백 2021. 3. 28.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나를 보내지 마

 

 

 

나를 보내지마 – Daum 검색

Daum 검색에서 나를 보내지마에 대한 최신정보를 찾아보세요.

search.daum.net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가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2017년 노벨문학상 수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

 

 

처음에는 읽다 말다를 반복했다.(공상과학, SF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ㅜ)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 완독 했고,

마지막 시도에선 정말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 갈 수 있었다.

 

이 책은 놀랍게도 과학소설인데,

더 놀랍게도 과학소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서정적인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 클론

이 소설은 1990년 후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외부와의 접촉이 일정 차단된 기숙학교 ‘헤일셤’에서는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존재, 클론들이 살고 있다.

이 어린 클론들은 자신이 클론이란 것을 알고,

언젠간 장기 기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거론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외부로 나가서 간병인 역할을 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장기 기증자가 된다.

그렇게 몇 번이고 기증을 반복하다 자신의 기능을 다하면 죽음을 맞는다.

 

이 소설은 크게 3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1장에서는 헤일셤에서의 유년기를

2장에서는 코티지에서의 청소년기를

3장은 성인이 되어 헤일셤 출신자들이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를 보내지 마

 

인간 같지만 인간이 아닌 클론들

주요 인물은 헤일셤에서 자란 캐시와 그의 친구 루스와 토미다.

캐시는 관찰자 입장이 되어 헤일셤에서 어릴 때부터 함께 성장한 친구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관찰한다.

클론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생활하고 성장하는지,

또 클론이 아닌 교사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교육하는 지를 관찰한다.

이들은 인간을 복제한 클론이기 때문에

인간과 똑같은 외양을 하고 있을뿐더러

각각의 성향과 개성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욱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도 있다.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 하나만 빼고는 말이다.

작가는 이것을 헤일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친구들 속에서 생기는 갈등과 화해,

그렇게 깊어지는 관계를 섬세하고 내밀하게 표현함으로써

클론들도 결국 그들이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표현한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클론들의 성장기

과학소설임에도 과학소설이 아닌 것 같은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나의 초중고 시절이 떠올랐다.

아득한 내 어릴 적 기억들이 그들의 성장기를 통해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들이 클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주인공 캐시와 그의 친구들을 통해서

어릴 적 친구들 간의 세밀한 관계를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왜?’하고 자문하기도 하는 일들이었다.

별것 아닌 일들이었지만 그때의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주위 사람들,

그리고 그때 보았던 책들과 영화, 들었던 음악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별것인 일들이기도 했겠다.

이렇듯 소설의 배경이 영국임에도 나는

어린 시절의 일들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나를 번쩍 들어 올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옮겨다 준 것이다.

 

'인간'이라는 가치와 '생명'이라는 가치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라는 가치와 생명이라는 가치였다.

 

인간들은 자신과 그들이 소중히 하는 사람들의 오랜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클론을 개발했다.

클론들은 인간과 똑같은 외양과 생각을 하지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그저 장기 이식에 필요한 존재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인간들 중에서도

클론들의 존재를 한 차원 높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클론도 인간처럼 절대적인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행동하는 인간들도 있다.

 

그래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클론들에 대해 가책을 느끼고,

클론을 인간으로 대우할 수 있는 환경의 ‘헤일셤’을 만든다.

에밀리 선생과 함께 근무한 교사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양심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뛰어난 능력을 가진 클론들이 탄생하면서

그 존재를 경계하는 인간들의 의해 없어지고 만다.

캐시는 아직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절친인 루스와

사랑하는 연인 토미가 장기 기증을 통해 죽어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캐시 자신 역시도 언젠가는 장기 기증자가 되어

죽음을 맞이할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클론들의 이야기에 한껏 몰입되어 있었다.

클론들도 하나의 생명이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 있다.

이것은 이 소설의 제목과도 관계가 있다.

 

주인공 캐시는 헤일셤에서 ‘Never let me go’라는

오래된 여가수의 노래를 듣게 되고 애창하게 된다.

 

나를 보내지 마

 

이 노래의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한 여인이 어렵게 아이를 얻었지만,

이내 외부의 압력에 아이를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며 부르는 내용이다.

캐시는 그 여인의 아픈 마음을 상상하며 베개를 껴안고

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마치 클론들의 운명을 이 한 장면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내 마음도 함께 처연해졌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한껏 들어 올리고 흔들 수 있는 것은

작가의 필력 덕분이겠지. 

작가는 자신이 일본인이지만 자신의 문장 어디에도 그런 정서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써 내려가는

일본 소설들과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다.

그러면서 영미소설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기도 해서

나에겐 굉장히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를 보내지 마
나를 보내지 마 추천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