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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무너지는 중산층 <홀> / 편혜영

by 스트롱백 2021. 3. 26.

 

<홀> /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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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은 책, 

그리고 묘한 긴장감과 메시지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책이다. 

 

이 소설은 교통사고를 당해 불구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설 속 남자 ‘오기’는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었다.

오직 눈만 깜박일 수 있다.

의사에게는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는 낙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기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았고 원하던 삶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랬기에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고

그 여자와 살아갈 집을 마련할 수 있었고

원하던 대학교수의 꿈도 이뤘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오기는 모든 걸
잃었다.

 

아니다, 하나 남은 게 있었다.

바로 딸을 잃은 어머니이자, 오기의 장모가 남았다.

불구가 된 오기를 장모가 돌보게 된다.

이제 오기가 의지할 수 있게 된 것은 장모뿐이다.

장모는 평소 성격이 깔끔하고 분별이 있었다.

그만큼 다가가기 어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자신을
잘 간호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오기의 기대는 하나하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깨어져 갔다.

예를 들면 오기를 찾아온 동료 교수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기저귀를 갈아준다던가,

병원에 가서 받아야 하는 물리치료를 받지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평소에 알던 장모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장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오기의 아내가 평소 정성스럽게 가꾸던 정원을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이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정원의 풀은 점점 자라나
오기 방의 창문을 뒤덮는다.
깜깜한 방에서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그런데 장모는 웬일인지 정원 한쪽에 큰 연못을
만들기 시작한다. (오싹)

 

의문의 실마리는 오기의 뒤이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과거에 견고하게 보였던 오기와 아내의 사이는 사실 조금씩 틀어져 가고 있었던 것.

오기가 성공을 위해 열심히 나아갈수록 아내는 정원을 가꾸기 바빴는데
오기는 이런 아내의 모습을 한심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결국 오기의 결정적 실수로
둘 사이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아내에게 있어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오기의 성공보단 같은 화제를 공유하며 평범한 일상을 ‘함께’ 보내는 것이 그녀가 바라는 행복은 아니었을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아내는 정원 가꾸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오기는 어떻게 됐을까?

장모는 오기와 아내 둘만이 아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에도 하루 만에 다 읽게 되는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남편이 부자가 되어 자신을 버릴 까 봐,

돈을 바다에 뿌렸던 백치 아다다가 생각나기도 했고,

영화 미저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또 작가가 전에 썼던 소설 <사육장 쪽으로>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이런 고민을 하게 됐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 행복이 물질적인 것이라면

그것들이 다 채워진 후 어떤 행복을 향해 가야 할까? 

대한민국 평범한 부부로 나오는 오기 부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는데, 결말에서 그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잠식 되어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중산층의 모습을 매우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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