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 미야모토 테루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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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하는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몇 년 전 그 감독의 데뷔작을 재상영한다는 소문을 듣고
극장에서 본 영화가 바로 '환상의 빛'이었다.
영화는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영화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는 채로
원작인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영화 장면을 넣어서 써본다.)
편지 형식으로 쓰인 소설 속 발신자는 올해 서른두 살이 된 여자다.
편지의 수신인은 칠 년 전 자살한 남편이다.
남편은 여자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동네 친구였다.
그런 남편과 결혼해 아들 하나를 낳았다.
부족한 것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죽을 이유가 없던 생활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아들을 낳은 지 세 달 만에 전차 선로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남편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 난다.
남편의 생은 끝났지만 남아 있는 여자는 어쩌란 말인가.
여자는 몇 년 뒤 재혼을 하면서 살고 있던 동네를 떠나
해변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어른들의 소개로 얼굴 한 번 봤을 뿐인 남자의 집에서 살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여자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의 울타리 안에서 꽤 능숙하게 적응해 간다.
처음에는 벽을 타고 넘어오는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에 잠을 설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잊히지 않는 기억과 의문이 있었다.
‘그는 왜 죽었을까? 나는 왜 그를 지키지 못했나?’
그날 선로 위를 천천히 걸어갔을 전 남편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지만 딱히 답을 찾을 수가 없어 괴롭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마을 정류장 앞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죽은 남편과 닮은 남자를 보게 된다.
버스를 같이 타게 된 여자는 무엇인가 홀린 듯 남자를 따라서 내리고 만다.
걷고 또 걸어서 남자를 쫓아가지만,
그는 자신이 정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갈 뿐, 뒤돌아 보지 않는다.
여자는 그제야 자신의 남편이 진짜 죽었음을 실감하고 오열한다.
한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 여자가 느꼈을 절망감이 내 마음에도 전해졌다.
하지만 여자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았다.
일곱 살 된 아들이 있고 현재의 남편과 새로 생긴 가족이 있다.
그리고 거친 풍랑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 돌아온 해변 마을 할머니 도메노댁이 있다.
이 삶에서 여자는 또 다른 ‘희망의 삶’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영화와 소설은 시종일관 쓸쓸했다.
죽음이 있는 이야기를 다룰 때 보면 보통은 왜, 어떻게 죽었는지
또는 그 순간을 극적으로 만듦으로써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런데 이 소설은 죽음을 선택한 사람보다는 그 후에 남겨진 사람들을 주로 이야기한다.
소설에서는 남편이 왜 죽었는지 끝까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다만 남편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여기에서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영화는 소설 원작의 느낌을 정말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쓸쓸함을 영상의 여백으로 보여주고,
슬픔은 오랜 시간을 함께 애도하듯 롱테이크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소설의 마무리보다 영화의 마무리가 더 괜찮다고 생각한다.
바닷가에서 하염없이 울면서 “이제 견딜 수 없다” 는 여자에게 현재의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전에는 배를 탔었는데….
홀로 바다 위에 있으면
저 멀리 아름다운 빛이 보였대.
반짝반짝 빛나면서 아버지를 끌어당겼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죽음은 특정한 누군가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살아있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입니까?”
작품은 그렇게 나에게 되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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