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레카 유레카 :)

[일상 생각] 너는 어쩌다 벼락거지가 되어

by 스트롱백 2021. 2. 22.

*벼락거지: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자조적으로 가리키는 신조어

 

부동산 계약서
부동산 계약서

 

한 달 전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2년 전에 오래된 반지하 빌라를 내놨었는데

부동산도 잊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집을 누군가 산다는 것이었다. 

혹시 2.4 부동산 대책 이후 호재가 있나 싶어 떨리는 마음으로 

근처 부동산들에 전화를 돌려보니 다들 하는 소리가

"아이고~ 아가씨 그 집 산다고 하는 사람 있을 때 팔아~" 

였다. 

 

그렇다. 호재가 있을리 없었다.

그 집은 투자 목적의 집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20년 넘게 산 집이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족이 흩어져 살게 됐고 집을 내놓았었지만 그놈의 영화 '기생충' 때문이었을까.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반지하의 이미지는 더 추락했고 집은 팔리지 않았다. 

 

27년 전 우리 집 반지하 빌라는 7천5백이었고, 

바로 위층인 1층은 9천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돈을 좀 더 보태서 1층으로 가던지 옆에 있는 아파트로 가자고 했다. 

(옆에 같은 평수의 아파트는 1억 3천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당시 사업 확장에 자금이 부족하다면서 어머니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우리 집은 걷잡을 수 없이 바닥을 쳤고,

나는 서른 초반이 될 때까지도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로 가족 모두 그 집을 떠나게 됐을 때 서운함보단 후련함이 훨씬 더 컸다. 

나 혼자 그 집에 더 살 수도 있었지만 공실로 비워두고 나왔다.

지상에 있는 원룸으로 독립한 나는 이삿날 

자그마한 독립파티를 열면서 그곳을 탈출하게 된 것을 자축했다. 

 

그 후 집은 한동안 공실 상태였다가 최근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세 들어 살고 있다. 

 

현재 우리 집 반지하 빌라 시세는 1억 언저리다.

위층은 2억에 다다랐다. 

그리고 옆에 있는 아파트는 이제 5억짜리가 됐다.

부동산에서는 5억 도 적게 오른 거라고 했다. 

하긴 그 옆옆에 있는 단지는 재건축이 확정되고 10억이 됐으니까.

 

서울 중에서도 시세가 저렴한 동네였던 이곳에도 부동산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 말고도 인근 지역 모든 아파트는 2년 전 가격보다 딱 두배씩 올랐다.

 

5개월 전 양가 부모님 도움 1도 없이 결혼을 했다.
저렴하게 전세대출 받아 참 다행이라 여겼는데

그 사이 나는 점점 벼락거지가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우리 부모님이 반지하가 아닌 위층에 있는 빌라를 사셨다면, 

아니 좀 더 무리해서라도 옆 아파트로 가셨었다면 

지금 상황은 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 반지하마저도 대출받아 구했던거라,
그저 열심히 일하며 주택 대출금을 상환했을 당시 30대였을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더 아팠다.

그리고 지난 주말, 나는 드디어 매도 계약을 했다.
이로써 우리 가족은 서울에 있던 자그마한 희망마저 팔았다.

그리고 나는 부동산 책, 주식 책, 재테크 책과 가계부를 한 권 샀다.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고생했던 부모님의 노고를 떠올리며...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