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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누군가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믹에게 웃으면서 안녕>

by 스트롱백 2021. 3. 10.

<믹에게 웃으면서 안녕> / 바바라 파크 / 웅진주니어

 

믹에게 웃으면서 안녕 – Daum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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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믹에게 웃으면서 안녕>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택배로 온 책에는 "힘내라"는 손글씨가 담긴 엽서도
함께였다.

그는 나의 슬픔을 함께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쉽게 이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책에 대해 궁금해졌다. 

괜찮아졌단 얘기겠지.

 

이 책은 남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화자인 누나와 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한 달간의 시간을 통해 그리고 있다.

 

평범했던 어느 날,

누나 포엡과 남동생 믹은 아침부터 다투기는 했지만

다른 여느 남매가 그렇듯 별일 아니란 듯 화해를 한다.

하굣길에 남동생 믹은 누나 포엡에게 자전거를 집까지
가져다줄 수 있냐고 부탁한다.

하지만 포엡 역시 다른 일이 있어 거절하게 되고

결국 믹은 그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

 

동생의 죽음을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포엡이었지만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이후 아빠도 엄마도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내던져졌다.

집에서 믹의 빈자리를 발견할 때마다 슬픔은 찾아왔고
일상은 훨씬 더 단조로워졌다.

엄마는 수면제를 먹어야 잠에 들 수 있었고

깨어나도 옷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사고 당일 입던 티셔츠를 인식도 하지 못한 채 입고 있었으며

울다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며 몸무게가 줄어든다.

 

일상으로 복귀하고 나서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격려가
이내 부담이 된다.

등교한 포엡은 친구들이 자신을 얼마나 조심스러워하는지를 느끼고, 무엇이라도 먹을 것을 만들어 오는 이웃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위안을 얻기는 힘들다.

 

믹의 죽음은 가족 간의 관계도 힘들게 만든다.

믹의 이야기를 꺼내는 포엡에게 엄마는 화를 내기도 하고,

이제 그만 이야기하라고 다그치기도 한다.

 

포엡은 궁금하다.

죽은 믹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그러자, 포엡의 친구이자 믹의 친구이기도 했던 조가
이렇게 말한다.

 

믹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면 되지 뭐.” (중략)

잠시 동안 나는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이야기였다.

얼마나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천천히, 나는 소파에 기대며 몸을 푹 파묻었다.

- 본문 중에서 -

 

그제서야 포엡은 동생 믹이 자신의 주위에 있을 거란 믿음에 안심하게 된다.

같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다.

포엡에겐 조의 이야기가 마치 믹과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여기에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또 하나는 믹의 장례식 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모습이다.

 

엄마는 바로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엄마의 뒷머리를 보며
왜 그동안 엄마의 진한 갈색 머리에

흰머리가 섞여 있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문득 이전에는 엄마한테 흰머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손을 내밀어 엄마의 머리를 만졌다.

내 손길을 느끼자 엄마가 내 손 위에 엄마의 손을
포개 얹었다.

다른 한 손은 아빠에게 뻗었다.

교회로 가는 내내 우리는 그 자세를 유지했다.

마치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나의 고리를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 본문 중에서 -

 

결국 가족은 서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얘기였는데

이 부분을 읽고서 정말 공감했다. 

포엡은 동생의 죽음에 대해서 죄책감을 안고 있다.

당일 동생의 자전거를 대신 끌고 집으로 갔다면

동생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빠는 이런 포엡을 위로한다.

 

““내가 목록을 만들어 보마, 포엡. 한번 숫자를 헤아려
보거라.”

아빠는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네가 믹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왔더라면,

믹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만약에 믹의 방송 연습이 하루빨리 혹은
하루 늦게 잡혔더라면, 믹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만약에 그날 비가 왔더라면,
내가 차로 학교에 데리러 갔을 것이고

그러면 믹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중략)

아빠가 말을 그쳤다. 나는 아빠의 말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갑자기, 아빠는 커다란 한숨을 내쉬며 나직이 말했다.

만약에 내가 헬멧을 쓰라고 말했더라면…….”

그 순간 나의 심장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아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빠는 내 손을 꼭 쥐어 주었다.

그러고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미소를 지었다.”

- 본문 중에서 -

 

이 부분이 가장 슬프고 아름다웠다.

믹의 죽음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는 것을
아빠는 딸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죽음을 사춘기 여자 아이의
시선으로 잘 그려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가족들이 어떻게 믹을 애도하고
치유해 가는지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느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여동생이 이른 나이에 죽었다고.
그런데 그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느꼈다고 한다.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적응해 가는 것이라고.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연히 괜찮을 수는 없다.

 

우리에겐 그저 '시간'이라는 '약'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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