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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영화가 비평을 만났을 때 <정확한 사랑의 실험>_내 인생책❤️

by 스트롱백 2021. 3. 12.

<정확한 사랑의 실험> / 신형철 / 마음산책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

 

 

정확한 사랑의 실험 – Daum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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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 최애 책, 

'내 인생책 베스트 5' 안에 꼽히는 책이라 감히 말한다. 

 

저자 신형철은 대학교수이자 평론가다.

 

 

저자 신형철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자신이 하는 일인
‘비평’이다.

문학평론가인 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씨네 21>에 영화 비평을 썼다.

문학평론가는 과연 어떻게 영화 비평을 썼을까?

 

그는 영화 비평을 쓰기 위해서 한 편의 영화를
대여섯 번 보고 본인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 만큼 글을 썼다고 한다. (대단)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해석자는 ‘더’ 좋은 해석이 아니라
‘가장’ 좋은 해석을 꿈꾼다.

이 꿈에 붙일 수 있는 이름 하나를 장승리의 시
「말」의 한 구절에서 얻었다.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내게 이 말은 세상의 모든 작품들이 세상의 모든
해석자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다면 해석자의 꿈이란 ‘정확한 사랑’에
도달하는 일일 것이다. (중략)

그리하여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제목이
태어났다.”


 

책은 주제에 따라 총 4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 –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 사랑의 논리

2장 – 발기하는 인간, 발화하는 인간 욕망의 병리

3장 –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고수하기
윤리와 사회

4장 – 나는 다시 나를 낳아야 한다 성장과 의미

 

마음 같아서는 여기 소개된 영화들을 전부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 중 가장 좋았던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1장 –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 사랑의 논리

결여의 발견으로서의 응답

 

먼저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를 통해 ‘사랑의 논리’에 대해 말한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어떻게 사랑을 논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가.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사랑은 질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과 더불어 내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서서히, 어떤 일이 벌어진다.

그 일은 스피노자가 말한 두 가지 방향을 따를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커지거나 작아진다.

내 안이 비어 있다 생각한 부분이
채워지면서 커지거나,

채워져 있다 생각한 부분이
사실은 비어 있었음을 깨달으면서 작아지거나.

후자의 변화, 즉 타인의 사랑이
내가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결여를 인지하도록 이끄는 것,

바로 이것이 나로 하여금 타인의 사랑에
응답하게 만드는 하나의 조건이 된다.”

 

- 본문 중에서 - 


*여기서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남녀주인공은
결국 이별하게 된다.

여주인공이 그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음에도

남주인공은 끝내 자신의 결여를 발견하지 못하고
떠난다. 

남주인공은 결국 “나도 너를 사랑해”가 아닌

“나도 나를 사랑해”라는 답변을 내린 것이다. 

영화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잊을 수 없는 장면 -
마지막에 남주인공이 오열하는 장면이다.

이것을 저자는 “실패한 자의 통한의 눈물”이라고
하면서 그렇기에 보는 우리를 그렇게 아프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왜 우리도 철없는 시절 떠나보낸 진실한 사랑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없었다면 마음이 더 아프다.)

하지만 여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였다.

여주인공의 사랑은 실패한 듯 보이나 실은 성공에
가까운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이 영화의 아름다운 힘”이라고
말했다.

 

몇 번의 연애 끝에 깨달은 건,
받는 것보다 주는 사랑이 

나를 더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애가 끝나도 후회가 없었다. 

여주인공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 성장했을 것이다. 

 

‘사랑의 논리’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이제 여기서는 욕망과 사랑의 구조적 차이를
이렇게 요약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3장 –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고수하기
윤리와 사회

양미자 씨가 시가 아니라 소설을 썼더라면

 

이 장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나온다.

 

 

영화 <시>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이다.

대학 시절 '시'를 전공해서이기도 했고,

인간의 내면, 인간의 본질과 삶에 대해서 잘 표현하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극 중 여주인공은 중년의 여인으로 손자를 키우면서 살아가는데,

이 손자로 인해 어떤 소녀가 자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알게 된 여주인공은 고민에 빠진다.

왜냐하면, 여주인공은 이제 ‘시’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시'는 진실된 삶에서만 나올 수 있는 어떤 '마음'이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김용택 시인이 문화센터 강사로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시를 쓰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려워요.

시를 쓰는 마음.”

 

이 영화에서 저자는 윤리학적 응답의 주체가
여주인공이 아닌 ‘시’라고 해석했다.


“시야말로 ‘마음’과 특권적인 관계를 맺는 장르라는, 꽤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그 관념을
이 영화는 거의 전적으로 수용한다.

시는 마음의 투명한 재현을 추구하는
1인칭의 독백이다,

시에 어떤 화자가 등장하건 그는 곧 시인 자신이다,

그러므로 거짓된 삶에서 진실한 시가 나올 수는 없다,

삶과 시는 일치되어야 한다, 라는 명제들이
그 관념을 구성한다.

이제 막 시 쓰기를 배운 양미자는
이 관념을 의심하거나 변용할 기회를
미처 갖지 못했다.

그래서 그와 같이 응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결국, 여주인공은 손자를 경찰에 신고하고,

소녀가 잠든 강으로 찾아가 죽음을 선택한다.

이것은 이 영화의 제목인 ‘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말일 것이다.

당시 영화를 보았던 나는 이 영화의 감상을 말로 설명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영화를 윤리학의 범주에 넣고
내가 가졌던 느낌에 가까운 평론을 펼쳤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정확한 표현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느낀 건

그가 영화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자신의 일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굉장하다는 것이다.

그 애정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터인데, 이 책을 엮기까지 얼마나 고심하며 글을 썼을까 생각했다.

그의 ‘사랑’에 대한 실험은 아주 ‘정확’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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