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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지친 일상에 큰 힘이 되어 준 소설 <불펜의 시간>

by 스트롱백 2021. 8. 23.

오랜만에 친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물로 책을 보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친한 지인이 낸 책이라고 해서 어떤 책인가 찾아봤더니
무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ㄷㄷ


근래엔 경제, 재테크 책만 읽다가
오랜만에 문학 책을 읽게 됐다.
야구와 관련한 소설이라고 해서 야구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몇페이지를 읽고 나니 이 책이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
성공이나 승리의 뒤켠에 머무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란 것을 알게 됐다.

<불펜의 시간>의 '불펜'은 야구장에서 투구 연습을 하는 장소를 말한다.
원래 소의 우리를 뜻하는 용어인데 사람을 소에 비유해서 노동자들이 합숙하는 공간을 뜻한다.
어쩌면 우리 사는 세상이 불펜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 책에서는 야구와 관련한 세 명의 주인공이 옴니버스 식으로 나온다.
야구 유망주였던 혁오와 스포츠 기자 기현,
평범한 샐러리맨이 된 준삼.
이 세 사람은 어찌저찌 된 일로 세상에서 주목 받지 못한 부류(대다수 사람들이 그렇듯)가 되어
살아간다.

이 책은 참 흡입력이 강했다.
몇 페이지만 읽으면 알게 될테지만 그 후로 쭉 내리 읽게 된다.
옴니버스 식으로 되어 주인공들을 소개하는데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힌다.
야구 이야기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세상 사는 이야기와 더 맞닿아 있었다.
경쟁에 비명이 난무하는 청춘들의 아픈 이야기를 그렸고,
그런 시기를 지나왔기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마지막 장면에서다.
스포라서 언급할 순 없지만
마지막 주인공 중 한 명의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져선 안 되는 시대에 발견한
작지만 큰 위로 같은 책이었다.
"경기는 끝나지만 삶은 끝나지 않는다."는 문장은 마치 나에게
"너의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고 위로해 주는 듯 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아래부터는 출판사 서평이다.
(출처: 예스24)

“경기는 끝나지만 삶은 끝나지 않는다”
자기만의 리그를 만들며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불펜의 시간》은 경쟁에서 실패하고도 자기만의 삶을 쟁취해나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조금은 부러워지기도 하는데,
소설이 그려낸 경쟁 바깥의 세계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볼넷을 던지는 혁오, 불안 장애를 앓으며 구조조정 위기에 처하게 되는 준삼,
온갖 루머에 시달리면서도 특종만을 좇던 기현은 성과가 중시되고 성적이 매겨지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확실히 패하고 만다. 그들의 실패는 어김없이 등수가 찍혀 나오는 우리의 현실, 스트라이크존처럼 성공과 실패가 ‘엄격히’ 구분되는
일상과 공명하며 우리를 낙담케 한다.
그러나 소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운드를 향하든, 마운드에서 내려오든,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다시 벤치로 돌아가든, 삶은 엔딩 없이 이어지는 끝없는 이야기와 같다”라는 정용준 소설가의 말처럼,
볼넷을 던지고도 만족하는 혁오, 불안 장애를 앓고도 내면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되찾는 준삼, 회사 밖에서 특종이 아닌 진짜 진실을 좇는 기현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실패를 관리하며 계속해서 삶을 이어나간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나만의 리그’로 형상화되는 그들의 ‘의연한 아름다움’이 우리 마음속에도 자리 잡아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숱한 후회와 자책과 실패들, 성적을 비관한 자살, 과로로 인한 죽음,
불안으로 인한 번아웃, 재난으로 인한 위기감 등 일상 곳곳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현실 속에, 《불펜의 시간》이 제공하는 공간 한편은 얼마나 따뜻하고 아늑한가. 그 안에서 승부를 잊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은 또 얼마나 값진가.
그 어느 때보다 무너지지 않는 힘이 절실한 오늘날, 소설이 끝나도 끝나지 않을 독자의 삶에 《불펜의 시간》이
더욱 돈독한 위로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면 어떻게 살고 싶냐는 친구의 질문에 딱 1이닝만 던지는 계투로 살고 싶다고 대답했던 게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 오랫동안 해온 다큐멘터리 만들기를 잠시 멈춘 때였다.
안과 밖 어디에서도 눈 둘 곳을 찾지 못하던 때였다. 내일 할 일을 만들기 위해 나의 현실에서 가장 먼 것 같은
야구선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쓰고 보니 지난 10여 년 동안 카메라로 보았던 현실의 조각들,
너무 날것이라 차마 삼키지 못했던 순간의 그림자들이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 절망과 환희가 동시에 무너지지 않고
나아간 세 인물 덕분에 내 안에도, 그리고 누구에게나 눈 둘 곳이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따라가는 데 서툰 나를 참고 오래 기다려준 준삼과 혁오, 기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새롬의 직장은 ‘청년연대은행 토닥’에서 착안했다. 복수노조 설정은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 활동과
그곳에서 만난 조합원의 인터뷰에서 착안했다. 그 외에도 내가 든 카메라 앞에 서주었던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았다. 감사드린다.
쓰게 되어서 기쁘다."
― 저자의 말 중에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701952?OzSrank=1

불펜의 시간 - YES24

2021년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승자와 패자, 승률과 방어율이 지배하는 세계에서‘이기지 않기’를 택한 세 사람의 이야기야구라는 스포츠 서사의 외연을 넓힐 문제적 소설!박민규의 『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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